스코틀랜드의 ‘블랙닝’ – 신랑 신부를 온갖 더러운 것으로 뒤덮기

이번에는 스코틀랜드의 블랙닝이라는 신랑 신부에게 온갖 더러운것을 뒤덮는 문화를 알려드리겠습니다.스코틀랜드 전통 결혼식에는 외부인의 눈에는 다소 충격적으로 보일 수 있는 의식이 있다. 이름하여 '블랙닝(Blackening)'이라 불리는 이 전통은, 결혼을 앞둔 신랑 신부가 가족과 친구들로부터 온갖 더럽고 끈적한 물질을 뒤집어쓰는 독특한 통과의례다. 썩은 음식물, 깃털, 시럽, 심지어 죽은 생선까지 총동원되어 예비 부부의 몸을 덮는다. 이후 이들은 동네를 끌려 다니거나 대중 앞에서 전시되기도 한다. 그 과정은 웃음과 환호, 그리고 역겨움이 뒤섞인 광경으로 펼쳐지며, 이 전통은 단순한 장난 이상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도대체 왜 이런 의식이 생겨났으며, 오늘날까지도 지속되고 있을까?

 

스코틀랜드의 ‘블랙닝’ – 신랑 신부를 온갖 더러운 것으로 뒤덮기

 

전통의 뿌리: 굴욕을 통한 연대감 형성

 

 블랙닝의 기원은 19세기 스코틀랜드 북부 및 오크니 제도에서부터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이 전통의 뿌리를 보자면 굴욕을 통한 연대감 형성이 된다는 거에서 나온다.  본래 이 전통은 주로 신랑에게만 시행되었으나, 시간이 흐르며 신부에게도 적용되기 시작했고 오늘날에는 부부가 함께 대상이 된다. 이 의식의 핵심은, 결혼이라는 인생의 중대한 전환점을 앞둔 예비 부부에게 '인생은 결코 쉽지 않다'는 사실을 몸소 체험하게 하는 데 있다. 더럽혀지고 수치스러운 상황에 놓이는 것은 단지 재미를 위한 것이 아니라, 그 곤혹스러운 과정을 함께 견디며 커플이 협력하고 웃음을 공유함으로써 더욱 강한 결속을 다지는 것이다.

블랙닝은 단순한 장난 이상의 의례적 구조를 지닌다. 행위의 순서, 사용되는 물질, 공개 전시 등의 요소는 일종의 '의식적 퍼포먼스'로 간주되며, 마치 종교적 통과의례처럼 상징적 기능을 수행한다. 예를 들어 끈적한 시럽은 인생의 달콤함과 고통을 동시에 상징하고, 깃털은 조롱과 가벼움을 의미한다. 결혼생활이 가져올 수 있는 어려움과 예측 불가능한 사건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현대적 의미와 문화적 해석

 

 오늘날의 블랙닝은 예전보다 더 다양한 방식으로 진화했다. 현대적 의미와 문화적 해석을 보자면. 한때는 마을 전체가 참여하는 거대한 퍼포먼스였지만, 현대에 들어서는 가족이나 친구들 중심의 사적 행사로 치러지기도 한다. SNS의 발달로 인해 이 의식은 종종 영상과 사진으로 기록되어 전 세계에 퍼지면서, 외부 사람들에게는 충격과 호기심을 동시에 안겨주는 현상으로 주목받고 있다. 어떤 이들은 이 전통이 신체적 굴욕을 동반한다며 인권적 시각에서 비판하기도 하지만, 당사자들은 대부분 자발적 참여이며 오히려 그 경험을 유쾌하고 추억 가득한 이벤트로 회상하는 경우가 많다.

블랙닝은 스코틀랜드인들의 특유의 유머감각, 끈끈한 공동체 문화, 그리고 고난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으려는 강인한 정신을 보여주는 전통이다. 이 의식을 통해 결혼을 앞둔 커플은 단지 새로운 가족을 시작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부여받는다. 즉, 삶이 아무리 지저분하고 엉망이 되더라도, 서로와 함께라면 충분히 웃고 버텨낼 수 있다는 메시지를 체험하게 되는 것이다.

 

‘블랙닝’을 바라보는 오늘의 시선

 

 블랙닝은 전통과 현대 사이에서 끊임없이 변주되고 있다. '블랙닝'을 바라보는 오늘의 시선을 보자면, 어떤 지역에서는 여전히 옛 방식을 고수하며 신랑 신부를 진흙탕과 부패한 음식 속에 빠뜨리기도 하지만, 또 다른 지역에서는 초콜릿 시럽이나 색소 물감을 이용해 보다 '인스타그래머블'한 블랙닝을 연출한다. 그 본질은 유지하되 시대의 감각에 맞게 변형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변화는 전통의 유연성과 지속 가능성을 보여준다. 블랙닝이 여전히 살아 숨 쉬는 전통으로 남을 수 있었던 것은, 그것이 단지 과거의 유산이 아닌 오늘날에도 사람들 사이의 유대와 웃음을 불러오는 살아있는 문화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문화는, 아무리 끈적하고 지저분해도, 결혼이라는 인생의 항해를 함께 시작하는 두 사람의 길을 독특하게 밝혀주는 의식으로 여전히 의미를 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