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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의 특이한 문화

일본의 ‘나마하게’ 도깨비가 방문하는 날

by 숨숨니 2025. 4. 15.

한 해의 끝과 시작이 교차하는 밤, 일본 북부의 아키타현에서는 괴기한 모습의 도깨비가 마을을 헤매며 집집마다 찾아다닌다. 일본의 나마하게 하는 도깨비가 방문하는 날에 대해 설명 드리려해요. 이들이 무작정 공포를 주기 위한 존재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 풍습은 단순한 민속놀이가 아닌, 세대를 이어 전승되는 깊은 문화적 상징을 담고 있다. 바로 일본의 전통 의례인 ‘나마하게(ナマハゲ)’다.

도깨비 복장을 한 남자들이 가정을 방문해 아이들을 훈계하고, 한 해의 게으름과 나태함을 몰아내며, 가족에게 규범과 공동체 의식을 환기시키는 이 전통은 과연 어떤 배경에서 시작되었을까? 오늘날에도 여전히 살아 숨 쉬는 이 의식은 단지 ‘무서운 이야기’로 끝나지 않는다. 나마하게는 지역 사회의 정체성과 교육, 그리고 민속적 가치가 집약된, 살아 있는 문화유산이다.

이 글에서는 나마하게의 기원과 상징, 그리고 현대에 이르기까지 그 지속적인 변화를 세 가지 주제에 걸쳐 살펴보고자 한다.

 

일본의 ‘나마하게’ 도깨비가 방문하는 날
일본의 ‘나마하게’ 도깨비가 방문하는 날

오니의 분장, 교훈의 메시지: 나마하게의 기원

 

일본 아키타현 오가 반도에서 매년 새해 첫날 밤 펼쳐지는 독특한 풍습, 오니의 분장과 교훙의 메세지를 나마하게의 기원으로 알려드리겠습니다. '나마하게(ナマハゲ)'는 단순한 지역 행사나 민속 놀이를 넘어선, 깊은 문화적 뿌리를 지닌 전통이다. 이 행사는 도깨비 분장을 한 남성들이 마을을 돌아다니며 집집마다 방문하고, 게으른 아이들이나 말을 듣지 않는 자녀들을 크게 꾸짖으며 삶의 태도와 규범을 되새기게 만드는 의식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나마하게는 일본 고대 신앙과 농경 사회의 계절 주기를 반영한 전통의 한 형태로 여겨지며, 그 기원에 대해서는 다양한 설이 존재한다. 그중에서도 유명한 전설 중 하나는 중국에서 온 오니(도깨비)들이 오가에 도착해 농작물과 여인들을 빼앗는 바람에 마을 주민들이 그들에게 다섯 개의 계단을 하룻밤에 쌓지 못하면 돌아가겠다는 조건을 걸고 몰아낸 이야기다. 이 전설은 나마하게가 단순한 무서운 존재가 아니라 마을의 질서와 평안을 되찾아준 신적인 존재라는 의미를 갖게 한다.

'나마하게'라는 이름 자체도 흥미롭다. 이 단어는 '나마미(生身)'와 '하게루(剥げる)'에서 유래되었다고 하는데, 이는 '게으름으로 인해 생긴 화상을 벗겨내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실제로 겨울철 벽난로나 화로에 너무 가까이 앉아있는 게으른 사람에게 생기는 화상을 의미하는 '나마미'는, 삶의 나태함을 상징하며 이를 경계하기 위한 풍습이 '나마하게'라는 이름으로 구체화된 것이다.

 

문 두드리는 도깨비, 가족의 교훈: 나마하게의 의식과 실행

 

문 두드리는 도깨비, 가족의 교훈은 나마하게의 의식과 실행에서 알수 있습니다. 매년 12월 31일에서 1월 1일로 넘어가는 밤, 도깨비 가면과 짚 옷을 입은 나마하게들이 북소리를 울리며 산에서 마을로 내려온다. 이들은 무리를 지어 집집마다 방문하며 거칠고 굵은 목소리로 "게으른 아이는 없느냐! 울보는 없느냐!"라고 외친다. 이때 집 안에서는 가족들이 나마하게를 맞이하며, 때로는 부모가 아이들의 행동을 변호하거나 약속을 대신하면서 아이들에게 새해에는 성실하게 살 것을 약속하게 만든다.

이 의식은 단지 공포를 주는 행위가 아니다. 오히려 마을 공동체 전체가 참여하는 교훈적이고 상징적인 예식으로, 아이들에게는 경각심을, 어른들에게는 공동체 일원으로서의 책임감을 환기시키는 역할을 한다. 많은 가정에서는 나마하게를 통해 가정 내의 규율과 교육 방식을 상기하고, 아이들에게 지역의 전통을 체험하게 하며 자긍심을 심어준다.

또한 나마하게의 방문은 액운을 쫓고 한 해의 풍요를 기원하는 의미도 지닌다. 짚으로 만든 복장과 괴기한 가면은 자연의 정령 또는 신적인 존재로서의 성격을 드러내며, 이들을 환영하고 음식을 대접하는 행위는 마치 신을 맞이하는 일본식 '오마츠리(축제)'의 구조를 따르고 있다. 오늘날에도 많은 가정에서는 전통 음식과 술을 준비해 나마하게를 대접하며 그들의 방문을 경축한다.

 

살아있는 문화유산, 현대 속의 나마하게

 

나마하게는 현재 일본 정부에 의해 '중요무형민속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으며, 아키타현의 대표적인 겨울 축제로 발전하였다. 이건 살아있는 문화유산으로 현대속의 나마하게가 있다. 특히 오가시에서는 매년 2월에 '나마하게 세도 축제(ナマハゲ柴灯まつり)'를 개최하여 수많은 관광객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이 축제는 전통 의식과 현대 관광 산업이 결합된 형태로, 지역 경제 활성화와 문화 보존의 상징적인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현대 사회의 변화 속에서 이 전통이 겪는 도전도 존재한다. 핵가족화와 도시화로 인해 공동체 중심의 생활 방식이 약화되면서, 나마하게가 방문하는 집이 줄어들고, 아이들이 이를 두려워하지 않거나 단순한 놀이로 치부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일부 지역에서는 나마하게가 실제 방문하는 대신, 박물관이나 행사장에서 전시용으로 구현되기도 한다.

이에 따라 지역 사회에서는 전통의 본래 의미와 목적을 되살리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어린이들에게 나마하게의 전설을 교육하고, 학교나 지역 센터에서 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이 풍습이 단순한 '무서운 도깨비'가 아닌 문화적 메시지를 담은 살아있는 교육임을 강조한다. 아울러, 나마하게 의상을 입은 지역 주민들이 SNS나 유튜브 등 디지털 매체를 통해 세계적으로 이 풍습을 소개하며 문화적 가치를 널리 알리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나마하게는 단지 과거의 전통이 아닌, 지금도 매해 새롭게 해석되고 전승되는 문화유산이다. 그 속에는 인간 사회의 질서, 교육, 공동체 의식, 자연과의 공존이라는 중요한 가치들이 살아 숨 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