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계 각국의 특이한 문화

불가리아의 ‘쿠케리 축제’ – 괴수 가면으로 악령 쫓기

by 숨숨니 2025. 3. 30.

 이번에는 불가리아의 괴수 가면으로 악령을 쫓는 쿠케리 축제를 설명드리겠습니다. 불가리아에는 매년 겨울이 끝나갈 무렵, 마을 곳곳에서 화려하고 괴이한 모습의 가면을 쓴 사람들이 춤을 추며 행진하는 독특한 축제가 열린다. 이 축제는 ‘쿠케리(Kukeri)’라고 불리며, 고대부터 전해 내려오는 전통 의식이다. 쿠케리 축제의 주된 목적은 악령을 쫓고, 마을의 번영과 건강을 기원하는 것이다.

쿠케리 축제는 불가리아 전역에서 열리지만, 특히 페르닉(Перник)과 소피아(София) 지역에서 가장 성대하게 진행된다. 축제의 참가자들은 괴수와 같은 형상의 가면을 쓰고, 온몸을 가죽과 털로 덮으며, 허리에 달린 커다란 방울을 흔들며 행진한다. 이들의 움직임과 소리는 악령을 쫓아내고, 한 해의 복을 불러온다고 믿어졌다. 수백 년 동안 전해 내려온 이 전통은 단순한 민속 행사를 넘어, 불가리아 문화의 정체성과 결속력을 보여주는 중요한 행사로 자리 잡았다.

불가리아의 ‘쿠케리 축제’ – 괴수 가면으로 악령 쫓기
불가리아의 ‘쿠케리 축제’ – 괴수 가면으로 악령 쫓기

쿠케리의 기원과 역사


 쿠케리 축제의 기원과 역사를 보자면, 고대 트라키아(Thrace) 문명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트라키아인은 오늘날 불가리아, 그리스, 터키 지역에서 살았던 고대 민족으로, 그들의 신앙과 전통이 후대의 불가리아 문화에 영향을 미쳤다. 쿠케리 의식은 주로 농경사회에서 한 해의 풍요와 건강을 기원하는 주술적인 행위로 시작되었으며, 시간이 지나면서 마을 전체가 참여하는 축제로 발전했다.

고대 트라키아인들은 겨울이 끝나가는 시점에 악령과 어둠을 몰아내고 봄을 맞이하기 위해 의식을 치렀다. 그들은 거대한 가면을 쓰고 동물 가죽을 입으며 행진했는데, 이러한 모습이 오늘날의 쿠케리 전통으로 이어졌다. 이후 슬라브족이 이 지역으로 이주하면서, 쿠케리 의식은 기독교 문화와 혼합되어 불가리아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중세 시대에도 쿠케리 축제는 지속되었으며, 특히 오스만 제국의 지배를 받던 시기에는 불가리아인들이 자신들의 문화와 전통을 지키는 수단으로 활용되었다. 당시에는 단순한 축제가 아니라, 민족적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상징적인 행사가 되기도 했다. 현재 쿠케리 축제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정도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으며, 불가리아뿐만 아니라 전 세계 관광객들의 관심을 끄는 문화 행사로 자리 잡았다.

 

쿠케리의 가면과 의상 – 공포와 신비의 상징


 쿠케리 축제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참가자들이 착용하는 가면과 의상이다. 이 가면과 의상은 공포와 신비의 상징이라고 볼수 있다. 이 가면들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악령을 쫓고 강한 기운을 불어넣는 상징적인 역할을 한다. 전통적으로 쿠케리 가면은 나무로 만들어지며, 짐승의 뿔, 날카로운 이빨, 과장된 눈과 코 등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일부 가면은 인간의 얼굴과 동물의 얼굴이 결합된 형태로 제작되며, 강렬한 색채와 다양한 장식으로 위압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의상 역시 매우 독특한데,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털이 많은 동물 가죽을 입는다. 이는 야생의 힘을 빌려 악령을 내쫓는다는 의미를 가진다. 또한, 허리에 매달린 커다란 방울과 종은 춤을 출 때마다 큰 소리를 내며, 이 소리가 악령을 겁먹게 만든다고 여겨졌다.

쿠케리 의상의 특징적인 요소 중 하나는 참가자들이 여성과 남성의 역할을 뒤바꿔 연기하는 것이다. 일부 쿠케리 참가자들은 여성 복장을 하고, 마을을 돌아다니며 축복을 내리는 역할을 맡는다. 이는 성과 역할의 전복을 통해 새로운 시작을 상징하는 것으로, 일종의 주술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처럼 쿠케리 가면과 의상은 단순한 전통 복장이 아니라, 마을 공동체가 함께하는 강력한 의식의 일부로서, 악령을 몰아내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불러오는 역할을 한다.

 

현대의 쿠케리 축제 – 전통과 관광의 만남


 과거에는 쿠케리 의식이 주로 농경사회의 일환으로 진행되었지만, 현대의 쿠케리 축제는 전통과 관광의 만남이 되었다. 축제의 성격은 더욱 화려하고 대중적인 행사로 변모했다. 매년 1월과 2월 사이, 불가리아의 여러 도시에서는 대규모 쿠케리 축제가 열리며, 수천 명의 사람들이 거리로 나와 가면을 쓰고 행진을 벌인다.

가장 유명한 쿠케리 축제 중 하나는 불가리아의 수도 소피아에서 남서쪽으로 약 30km 떨어진 페르닉에서 열리는 ‘수르바(Surva) 국제 민속 축제’다. 이 축제는 유럽 최대의 가면 축제 중 하나로, 불가리아뿐만 아니라 다른 유럽 국가에서도 다양한 가면 축제 그룹이 참여한다. 이 축제에서는 전통적인 쿠케리 의상을 입은 사람들이 퍼레이드를 벌이고, 불가리아 전통 음악과 춤이 어우러진 화려한 행사가 열린다.

현대의 쿠케리 축제는 단순히 악령을 쫓는 전통을 넘어서, 불가리아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중요한 행사로 자리 잡았다. 관광객들은 축제 기간 동안 직접 가면을 만들어 보거나, 쿠케리 복장을 체험하며 전통의 일부가 될 수 있다. 또한, 축제 기간 동안 불가리아의 전통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장터가 열리며, 지역 주민들은 축제의 흥겨움을 함께 나눈다.

이처럼 쿠케리 축제는 전통과 현대가 결합한 형태로 발전해왔으며, 불가리아인들에게는 민족의 자부심을, 방문객들에게는 이색적인 경험을 선사하는 행사로 자리 잡고 있다.

쿠케리 축제는 단순한 민속 행사를 넘어, 불가리아인의 정신과 전통이 깃든 강렬한 문화적 상징이다. 고대 트라키아에서 시작된 이 의식이 오늘날까지 이어져 내려오면서, 현대적인 축제의 모습으로 변모했지만, 그 본질적인 의미는 여전히 남아 있다. 악령을 몰아내고 한 해의 복을 기원하는 이 축제는 불가리아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중요한 행사이며,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에게 신비롭고 흥미로운 경험을 제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