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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의 변천사

등잔지기와 가로등 점화원, 밤을 밝히던 사람들

by 숨숨니 2025. 7. 3.

 전기가 보편화되기 전, 세상은 해가 지면 금세 어둠에 잠기곤 했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어둠 속에서도 삶을 지속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빛을 밝혔습니다. 그 중심에는 ‘등잔지기’와 ‘가로등 점화원’이라는 직업이 있었습니다. 바로 밤을 밝히던 사람들이죠. 그들은 해가 지면 조용히 나타나 도시의 거리를 밝히고, 새벽이 오기 전 다시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이들이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이들의 역할과 역사적 배경, 그리고 오늘날 남겨진 문화적 흔적들을 통해, ‘밤을 밝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따라가 봅니다.

등잔지기와 가로등 점화원, 밤을 밝히던 사람들
등잔지기와 가로등 점화원, 밤을 밝히던 사람들

 

등잔지기의 역할과 역사적 의미


 첫번째로 등잔지기의 역항과 역사적 의미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등잔지기’는 조선시대에서 근대 초기까지 존재했던 직업으로, 주로 궁궐이나 사찰, 혹은 관공서와 같은 중요한 공간의 조명을 담당했습니다. 당시에는 전기가 없었기에 주로 기름을 넣어 사용하는 등잔이나 초를 이용해 조명을 유지했으며, 이를 관리하는 사람이 바로 등잔지기였습니다.

이들은 단순히 불을 켜는 것에 그치지 않고, 기름을 채우고 불꽃을 조절하며, 그을음을 닦고, 등잔이 꺼지지 않도록 주기적으로 점검하는 등 섬세하고 지속적인 관리가 요구됐습니다. 특히 궁궐에서 일하는 등잔지기는 왕과 왕족의 안전과 직결되는 중요한 임무를 맡았기 때문에, 매우 신중하고 책임감 있는 자세가 요구되었습니다.

사찰에서는 ‘화주(火主)’라는 이름으로 불을 담당하는 승려가 있었습니다. 이들은 단순히 불을 밝히는 역할을 넘어, 불은 곧 깨달음과 수행의 상징으로 여겨졌기에 영적인 의미도 깊었습니다.

등잔지기의 존재는 단순히 조명을 관리하는 기술자라기보다는, 밤의 공간을 지켜주는 이들이었고, 어둠 속에서 사람들의 일상과 신앙, 권위를 이어주던 중요한 매개자였습니다.

 

가로등 점화원, 산업화 시대의 밤을 걷다


 두번째는 가로등 점화원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산업화 시대의 밤을 어떻게 갈었는지 볼게요. 19세기 유럽과 북미에서는 도시의 확장과 함께 공공 조명이 중요해졌고, 이에 따라 ‘가로등 점화원(Lamplighter)’이라는 새로운 직업이 등장했습니다. 이들은 도시의 가로등에 불을 붙이고, 아침이면 다시 그 불을 끄는 일을 맡았습니다.

처음에는 석유나 고체 연료를 사용하는 가스등이 일반적이었으며, 이후 전기 조명이 확산되기 전까지 이들의 역할은 매우 중요했습니다. 특히 런던, 파리, 뉴욕 같은 대도시에서는 수천 개의 가로등을 관리하는 거대한 인력이 필요했습니다.

가로등 점화원은 일반적으로 사다리와 긴 불씨봉을 가지고 다녔으며, 일정한 시간에 맞춰 거리마다 정해진 등불을 하나씩 밝혀 나갔습니다. 그들은 도시의 어두운 골목과 넓은 광장을 돌아다니며 빛을 심어놓았고, 덕분에 시민들은 밤에도 보다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었습니다.

이들의 하루는 해 질 녘에 시작되고 해 뜨기 전에 끝났습니다. 마치 도시의 수호자처럼 말없이 어둠과 싸우던 그들은, 산업화 시대가 만들어낸 새로운 직업이자 밤의 질서를 유지하던 인물들이었습니다.

흥미롭게도, 일부 도시에서는 점화원이 각 가로등마다 시를 읊거나 짧은 음악을 연주하며 불을 붙였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노동을 넘어 문화적, 예술적 요소로까지 확장된 일면을 보여줍니다.

 

사라진 불빛, 그러나 남겨진 흔적


 이제는 없어진 등잔지기와 가로등 점화원, 사라진 불빛과 남겨진 흔적에 대해 알아봅시다. 전기 조명이 보편화되면서 등잔지기와 가로등 점화원의 역할은 점차 사라졌습니다. 20세기 중반부터는 자동 점등 장치가 등장하고, 전기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더 이상 사람이 직접 불을 켜고 끌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들이 남긴 흔적은 여전히 도시와 문화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런던에서는 ‘Lamplighter’s Walk’라는 이름의 거리나 박물관 전시를 통해 과거 점화원들의 활동을 기념하고 있으며, 일부 유럽 도시에서는 관광 콘텐츠로 가로등 점화 시연 행사를 진행하기도 합니다.

또한, 한국의 전통 사찰에서는 여전히 승려들이 촛불과 등불을 관리하는 전통을 유지하고 있으며, 궁궐에서는 전통 조명을 활용한 야간 관람 행사를 통해 그 시절의 등잔 문화를 재현하고 있습니다.

문학 속에서도 이들의 모습은 종종 등장합니다.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에서는 한 행성이 매분 자전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가로등을 켜고 끄는 ‘가로등 점화원’이 등장합니다. 이는 단순한 직업이 아니라 헌신과 반복, 그리고 인간적인 따뜻함을 상징하는 인물로 해석되기도 합니다.

이처럼 등잔지기와 가로등 점화원은 단지 어둠을 밝히던 이들이 아닌, 시대의 전환 속에서 ‘빛의 의미’를 지켜낸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는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밝은 밤’의 소중함을 다시금 되새기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