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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옛 언어

기록되지 않아 소리 없이 사라진 말들

by 숨숨니 2025. 2. 22.

인류의 언어는 단순한 의사소통 수단을 넘어, 문화를 담고 세대를 잇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세계에는 수천 개의 언어가 존재했지만, 문자로 기록되지 못한 채 사라진 언어도 무수히 많습니다. 이들 언어는 구술 전통을 통해 전해졌으나, 식민 지배, 문화적 동화, 경제적 변화 등 여러 요인으로 인해 점차 사용자가 줄어들면서 흔적 없이 사라졌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문서로 기록되지 못한 채 사라진 몇몇 언어와 그 언어들이 어떤 의미를 지녔는지 살펴보겠습니다.

 

기록되지 않아 소리 없이 사라진 말들
기록되지 않아 소리 없이 사라진 말들

문서로 남겨지지 않은 구술 언어들

 

문자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 언어는 대개 구술 전통(oral tradition)을 통해 전승되었습니다. 이런 언어들은 세대를 거쳐 이야기, 노래, 신화 등을 통해 유지되었으나, 문자가 존재하지 않거나 기록되지 못한 탓에 후대에 남지 못하고 소멸한 경우가 많습니다.

대표적인 예로는 태평양의 여러 섬에서 사용되던 언어들이 있습니다. 하와이 제도, 미크로네시아, 폴리네시아 일부 지역에서는 원래 다양한 언어가 존재했으나, 유럽의 식민 지배와 현대화 과정에서 영어 등의 공용어가 자리 잡으면서 구술 언어들이 점차 사라졌습니다. 이들 언어는 서사적 전통과 노래로 전해졌으나, 문자로 기록되지 못한 채 사라진 경우가 많습니다.

남아메리카에서도 유사한 사례를 볼 수 있습니다. 브라질과 페루의 아마존 지역에서 수많은 원주민 언어가 사용되었지만, 정복과 동화 과정에서 많은 언어가 사라졌습니다. 과거에 이 언어들을 사용했던 사람들은 식민 정책이나 경제적 변화로 인해 다른 언어(예: 포르투갈어, 스페인어)를 배워야 했고, 원래의 모국어를 전승할 기회가 줄어들면서 소멸된 것입니다.

 

식민지 시대와 구술 언어의 소멸

 

식민지 시대는 구술 전통을 지닌 많은 언어의 종말을 초래했습니다. 15세기부터 20세기 초까지 유럽 열강들은 전 세계를 식민지화하며 자국의 언어를 강요했고, 원주민 언어들은 기록되지 못한 채 사라졌습니다.

아프리카에서는 수많은 언어가 문서화되지 않은 상태로 존재했으나, 식민 정책과 종교적 영향으로 인해 프랑스어, 영어, 포르투갈어, 스페인어 같은 유럽 언어가 널리 퍼지면서 많은 언어가 소멸되었습니다. 특히 일부 부족 언어들은 문자 체계를 가지지 않았기 때문에 후대에 연구할 자료조차 남아 있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남아프리카 지역에서 사용되던 코이코이족(Khoikhoi)의 일부 방언들은 문자 기록이 부족한 상태에서 사라졌습니다. 코이코이족은 오랫동안 유럽인들과 접촉하며 점차 네덜란드어와 영어를 받아들였고, 원래의 언어는 사라지거나 일부만 남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구술 전통으로 전해지던 신화와 이야기들도 함께 소멸되었습니다.

북미에서도 비슷한 사례를 찾을 수 있습니다. 북아메리카 원주민들은 구술 전통을 통해 언어를 전승했지만, 강제 기숙학교 정책과 영어 교육이 확대되면서 많은 원주민 언어가 사라졌습니다. 예컨대,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19세기부터 20세기 초까지 원주민 아동들을 기숙학교에 강제 수용해 모국어 사용을 금지했고, 이로 인해 수많은 원주민 언어가 단절되었습니다.

 

마지막 화자의 침묵과 언어의 종말

 

기록되지 않은 언어들은 종종 마지막 화자의 사망과 함께 완전히 사라집니다. 언어는 단순한 단어와 문법이 아니라, 특정한 문화와 삶의 방식, 사고방식을 담고 있기 때문에 마지막 화자가 세상을 떠나면 그 언어에 담긴 모든 지식도 함께 사라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안다만 제도에서 사용되었던 보어어(Bo language)는 마지막 화자인 보아 세니어(Boa Senior)가 2010년에 사망하면서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이 언어는 문서로 기록되지 않았으며, 연구자들이 조사했을 때도 이미 일부 단어와 표현만 남아 있었습니다. 결국 보어어는 마지막 화자의 죽음과 함께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비슷한 사례로 오스트레일리아의 원주민 언어들도 있습니다.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들은 문자 체계를 갖추지 않은 채 구술 전통으로 언어를 유지해 왔습니다. 그러나 유럽인의 정착과 정책적 탄압으로 인해 많은 언어가 사라졌습니다. 몇몇 원주민 언어는 단 한 명의 화자만 남아 있는 상황까지 갔으며, 기록되지 않은 채 소멸된 언어도 많습니다.

오늘날에도 마지막 화자가 사라지면서 소멸하는 언어들이 계속해서 보고되고 있습니다. 일부 연구자들은 이런 언어들을 구술 녹음이나 영상 기록을 통해 보존하려 하지만, 이미 언어가 소멸된 이후에는 그 문화적 맥락까지 복원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기록되지 않은 언어들은 단순한 소리의 조합이 아니라, 특정한 공동체의 역사와 정체성을 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 언어는 문자로 남겨지지 못한 채 점점 사라지고 있으며, 일부는 마지막 화자가 세상을 떠남과 동시에 영원히 사라졌습니다. 이러한 언어들을 연구하고 보존하는 일은 단순한 학문적 연구를 넘어, 인류 문화유산을 지키는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